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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 리뷰

이 글 역시 예전에 하다가 없어진 네이버 블로그 '곰녜는 어디사니'에 포스팅했던 영화리뷰. 다른 분들의 블로그에서 원문글을 찾았다 ㅋㅋㅋㅋ 뭐든지 지르기전에 백업의 중요성을 절실히 실감하고 있는 중. 벌써 4년전에 쓴 글이라, 약간 오글거릴수도. 
어쨌든 찾아서 참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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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충렬 감독
  75분 HD 다큐멘터리 영화
  2009년 선댄스 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초청작품

  

"사람은 가끔, 마음을 주지만
    소는 언제나, 전부를 바친다."





090125,
고대하던 독립영화, [워낭소리]  네이버 평점이 워낙 높았고 입소문을 많이 타던 터라 상영관을 검색하는데 없는 상영관 중 그래도 동네에서 하길래, 개봉날 바로 보러 갔다. 

영화는 시작부터 '결말'이라는 걸 보여주는 듯 했다.  죽음을 담담하게 앞두고 있는 주인공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늙은 소. 영화는 특별한 사건없이 그야말로 생것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준다.  우리네가 어릴적 시골가면 볼수 있었던 늙은 부부의 삶의 풍경을 사계절이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을 담은 이 작품은 특별히 무리해서 모든 걸 보여주려 애쓰지 않는다. 

늙음 그자체의 진중한 우울함 그리고 서글픈 할아버지와 늙은 소의 동선 속 짭짜롬한  할머니의 대사는 그야말로 이 영화에 없어서는 안될 버라이어티 역활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영감을 잘못만나 내가 고생이라며 얼른 소가 죽어야 내가 인생핀다고 툴툴거리시는 할머니의 잔소리 그리고 묵묵히 그 말을 참아내시면서도 끝끝내 소를 위해 농약을 치지 않으시고 하루도 빠짐없이 직접 소죽을 쑤어 주시는 할아버지의 대화속에서 나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모습을 보는 듯 하였다.  개인적으로 참 많이 웃었던 대목 

 "여기는 고물들만 있어. 영감도 고물, 라디오도 고물."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참 이상하게 웃으면서도 계속 눈물이 났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짙고 깊은 주름, 그리고 징그럽게 울퉁불퉁 뼈가 튀어나온 늙은 소의 힘겨운 발걸음을 보며 마음이 저려왔다.  지금 이시대에 편히 살고 있는 우리들은 바로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이들과 일소들에 의해서 키워지고 자라진 것이다.  영화 중간즈음, 할아버지도 소도 아프다 아프다 하니 할머니가 한 말씀이, " 소도 죽고 영감도 죽으면 나 어떻게 살지 모르겠소. 자식들 많지만 내가 그기 가서 눈치밥 먹고 사느니 그냥 같이 죽는게 났겄소." 하시는데 마음이 싸해졌달까.  좀 과격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자식들은 부모의 단물 쓴물 다 빼먹고 다커서는 나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빨간 날에만 얼굴이나 내비치고 나중에 늙은 이몸 하나 못돌보니 찾아갈 치면, 형제들끼리 서로 미루는게 보통 현대사회의 모습이니까 말이다. 당연히 해야 할 도리인것을 왜 그들이 그렇게 느끼게끔 못된 짓을 하는건지... 눈물이 난다.

회색 빌딜 속 사는 내 공간에 비해서 영화속 시골마을은 마치 딴 세상같이 고요하고 아름답고 또 서글프다.  참 미묘한 기분이 든 것은 늙은 소에 리어카를 매고 그걸 운반차로 타고 장터읍을 나갔을 때, 화면은 정면으로 미친소 반대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무리와 그들을 비출 때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소는 뭔가 무척이나 옛 것이라는 느낌이었는데 미국 FTA니 미친소니 하는 것들과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보니 마치 크림스파게티에 청국장을 곁들여 먹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차들이 즐비하게 주차 되어져 있는 하얀 네모 공간에 리어카를 맨 늙은 소가 굵은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가만히 서있었던 장면도 묘한 웃음과 한편으로는 싸한 눈물을 머금게 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내가 정말 영화도 제대로 못볼 정도로 꺽꺽 거리며 울었던 영화의 후반부, 소의 눈물 그리고 죽음의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다. 죽음을 앞둔 소의 워낭을 풀어주시는 할아버지의 눈에서도 눈물이 고이고 그렇게 소때문에 툴툴거리시던 할머니도 죽음 앞에서 따뜻한 진심이 묻어나신다.

"에휴, 우리가 죽을 때까지 같이 살면 좋을것을 왜 먼저가노."

[이 영화를 이 시대의 아버지 어머님께 바칩니다] 라는 문구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독하고 충격적인 소히 막장이라 불리우는 작품들이 넘쳐나는 지금, 꾸밈없고 솔직한 이 영화는 나에게 산소역활을 해주었다.  오랜세월동안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자는모습, 걸음걸이까지도 닮아있었던 할아버지와 늙은 소의 끈끈한 우정이 따뜻하고 좋았다.  늙은 소는 죽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두분 모두 살아계시는 동안 아프지 않으시면 좋겠다.  참 좋은 영화다. 평생 못잊을것 같다.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리뷰|작성자곰녜 from 네이버블로그 '곰녜는 어디사니' (currently inval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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